남의 기내식은 너무 맛있어 보인다. [호주 여행의 시작] |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들긴 했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 2시 반경에 눈이 떠졌다. 마지막으로 짐을 한번 더 점검하고 세수를 한 후 3시경에 집을 나선다. 참 오랜만에 새벽에 나온다. 새벽에 나올 때의 목적지는 항상 공항이었다. 그래서 새벽 공기를 맡을 때면 언제나 설레임이 있었는데, 아내 없이 혼자 하는 여행을 시작하려니 설레임 보다는 허전함이 더 크다. |
3세 반에 출발하는 줄 알았던 생각보다 늦게 온다. 17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
‘인적이 없는 새벽에 내게 시비 거는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꼭 반대로 이루어 지지. 길 건너에서 남루한 옷을 입은 덩치 큰 마오리가 접근하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내게 해꼬지 하면 어떡하지? 내가 무기를 삼을 만한 것이 있나? 삼각대가 괜찮겠군. 근데 꺼내는데 시간이 걸린텐데..’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벌써 마오리는 내 앞에 섰다. “ Hello Bro. 5불만 주라. 나 배가 고파서 뭐 좀 사먹어야 한다,” 긴장했는데 그래도 상당히 예의 바른 홈리스네. “ 난 여행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라서 뉴질랜드 돈이 하나도 없다,” 내 지갑에 뉴질랜드 돈 딱 5불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가난한 여행자가 홈리스에게 줄 돈은 없었다. |
그대로 날 지나친 홈리스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재주가 좋은 것인지 편의점 직원이 착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 마오리는 쿠키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나온다. 홈리스도 구걸도 아무나 못하는 것 같다. |
새벽에 탄 에어버스에는 아무도 없다. 편도 16불의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승객이 거의 없는 새벽에 적자를 보면서 까지 버스를 운행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16불의 요금이 많이 아깝지는 않다. |
새벽에 공항에 도착했더니 공항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행객을 볼 수 있었다. ‘배낭여행객이라고 해도 배낭 안에는 카메라나 랩탑 등의 귀중품이 있을 텐데 맘 편히 잘 수 있을까? 숙면을 취하지 않고 눈만 감고 있는 것인가’ 이런 와이어 형 자물쇠로 가방의 지퍼부분과 의자의 다리를 감아서 잠궈 놓는 다면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기도 한데. |
전에는 못 봤던 짐의 무게를 재는 저울도 있다. 다른 공항에서는 동전을 넣어야 사용 가능했었는데 공짜니까 나도 한번 재 봐야지. |
뉴질랜드 출국카드도 미리 작성해 놓고.. |
유럽의 저가 항공에 비하면 저가라고 할 수도 없는 가격이지만 서비스 만큼은 저가가 틀림없다. 두 시간 후진해서 4시간이 넘는 비행이지만 식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25불을 더 내면 기내식을 제공받는 티켓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내식이 25불의 가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
새벽에 식욕은 없지만 기내식도 안주는 비행기 안에서 버티려면 간단히 식사를 해야만 했다. |
비행기가 출발하는 16번 케이트는 상당히 멀리 본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트레블레이터( 평면을 운행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상당해 여러 번 바꾸어 타서 도착했다. 이 정도 거리면 모노레일 설치를 생각해 봐도 될 듯한데 그러기엔 게이트가 많지 않다. |
창 밖으로 내가 탑승할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비행기가 보인다. 작년에 회사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 페인팅은 그대로이다. |
대합실에는 유난히 중국여행자가 많다. 뉴질랜드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가는 것일까? 이른 시간이자만 활기가 가득하다. |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이어폰을 나누어준다. 저가항공과는 다르게 영화라도 상영하려나 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보다. 잠시 후 승무원들이 동영상 플레이어를 돈을 받고 대여하고 있다. ‘돈을 내고 대여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는 좀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눈길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
그리고 잠시 후 기내식을 서비스 하기 시작한다. 비즈니스 좌석처럼 비행기의 앞부분에는 기내식이 포함된 좌석일 줄 알았는데 기내식 좌석은 여기저기에 퍼져 있다. 승무원들이 명단을 보면서 기내식을 서비스하기 시작한다. 내 옆에 앉은 승객 그리고 복도 건너편에 앉은 승객 모두 기내식을 즐기고 있다. 아침을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내가 먹지 못하는 기내식은 왜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지… 이러한 좌석배정 너무 잔인하다. 눈을 뜨고 있으면 자꾸만 옆 사람이 먹고 있는 기내식으로 눈이 가서 눈을 감았다 . 곧 있으면 멜버른에 도착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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