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오세아니아,아프리카

남의 기내식은 너무 맛있어 보인다. [호주 여행의 시작]

트레브 2012. 5. 12.

남의 기내식은 너무 맛있어 보인다.  [호주 여행의 시작]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들긴 했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  2시 반경에 눈이 떠졌다.  마지막으로 짐을 한번 더 점검하고 세수를 한 후 3시경에 집을 나선다.

참 오랜만에 새벽에 나온다. 새벽에 나올 때의 목적지는 항상 공항이었다.  그래서 새벽 공기를 맡을 때면 언제나 설레임이 있었는데, 아내 없이 혼자 하는 여행을 시작하려니 설레임 보다는 허전함이 더 크다.

3세 반에 출발하는 줄 알았던 생각보다 늦게 온다.  17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인적이 없는 새벽에 내게 시비 거는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꼭 반대로 이루어 지지.  길 건너에서  남루한 옷을 입은 덩치 큰 마오리가 접근하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내게 해꼬지 하면 어떡하지? 내가 무기를 삼을 만한 것이 있나?  삼각대가 괜찮겠군. 근데 꺼내는데 시간이 걸린텐데..’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벌써 마오리는 내 앞에 섰다.   

“ Hello  Bro.   5불만 주라.  나 배가 고파서 뭐 좀 사먹어야 한다,”

긴장했는데 그래도 상당히 예의 바른 홈리스네.

“ 난 여행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라서 뉴질랜드 돈이 하나도 없다,”

내 지갑에 뉴질랜드 돈 딱 5불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가난한 여행자가 홈리스에게 줄 돈은 없었다.

그대로 날 지나친 홈리스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재주가 좋은 것인지 편의점 직원이 착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 마오리는 쿠키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나온다.  홈리스도 구걸도 아무나 못하는 것 같다.

새벽에 탄 에어버스에는 아무도 없다.  편도 16불의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승객이 거의 없는 새벽에 적자를 보면서 까지 버스를 운행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16불의 요금이 많이 아깝지는 않다.

새벽에 공항에 도착했더니 공항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행객을 볼 수 있었다.  

‘배낭여행객이라고 해도 배낭 안에는 카메라나 랩탑 등의 귀중품이 있을 텐데 맘 편히 잘 수 있을까?  숙면을 취하지 않고 눈만 감고 있는 것인가’ 

이런 와이어 형 자물쇠로 가방의 지퍼부분과 의자의 다리를 감아서 잠궈 놓는 다면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전에는 못 봤던 짐의 무게를 재는 저울도 있다.   다른 공항에서는  동전을 넣어야 사용 가능했었는데  공짜니까  나도 한번 재 봐야지.

뉴질랜드 출국카드도 미리 작성해 놓고..

유럽의 저가 항공에 비하면 저가라고 할 수도 없는 가격이지만  서비스 만큼은 저가가 틀림없다.  두 시간 후진해서 4시간이 넘는 비행이지만 식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25불을 더 내면 기내식을 제공받는 티켓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내식이 25불의 가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새벽에 식욕은 없지만  기내식도 안주는 비행기 안에서 버티려면 간단히 식사를 해야만 했다.

비행기가 출발하는 16번 케이트는  상당히 멀리  본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트레블레이터( 평면을 운행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상당해 여러 번 바꾸어 타서 도착했다.  이 정도 거리면 모노레일 설치를 생각해 봐도 될 듯한데 그러기엔 게이트가 많지 않다.

창 밖으로 내가 탑승할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비행기가 보인다. 작년에 회사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 페인팅은 그대로이다. 

대합실에는 유난히 중국여행자가 많다.  뉴질랜드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가는 것일까? 이른 시간이자만 활기가 가득하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이어폰을 나누어준다.  저가항공과는 다르게 영화라도 상영하려나 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보다.  잠시 후 승무원들이  동영상 플레이어를 돈을 받고 대여하고 있다. 

‘돈을 내고 대여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는 좀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눈길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잠시 후 기내식을 서비스 하기 시작한다.  비즈니스 좌석처럼 비행기의 앞부분에는 기내식이 포함된 좌석일 줄 알았는데  기내식 좌석은 여기저기에 퍼져 있다.  승무원들이 명단을 보면서 기내식을 서비스하기 시작한다.

내 옆에 앉은 승객 그리고 복도 건너편에 앉은 승객 모두 기내식을 즐기고 있다.  아침을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내가 먹지 못하는 기내식은 왜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지… 이러한 좌석배정 너무 잔인하다.

눈을 뜨고 있으면 자꾸만 옆 사람이 먹고 있는 기내식으로 눈이 가서 눈을 감았다 .  곧 있으면 멜버른에 도착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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